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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소식] 바이러스와 인간(생화학과 송기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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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29 13:20:47

 

바이러스와 인간

생화학과 송기원 교수

 

 

 

우리는 2년 넘게 COVID-19 바이러스 세계적 대유행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빠른 속도로 무너뜨렸고 전 세계적으로 서울 전체 인구의 반이 넘는 600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기존의 사회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깨닫고 세계화돼 버린 현대 문명이 바이러스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체험했다. 2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COVID-19은 그간 인류가 직면했으나 지연시키고 있던 인터넷 지식 기반 사회로의 변화를 가속화하면서 우리의 생활 양식을 빠르게 바꿨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인류 역사에서 문명적 전환의 동력으로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가 제시했던 ‘총, 균, 쇠’ 중 ‘균’의 위력이 어떻게 디지털로의 문명적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지 그 현실을 경험할 수 있었다. 

 

COVID-19 대유행은 이러한 사회 변화와 더불어 더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환경적 위기에 직면한 인간이라는 종(種)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남기 위해 인간 중심의 근대적 세계관을 극복하는 탈근대(post-modern)의 문명적 전환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는 긍정적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COVID-19 팬데믹이 사회와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예측을 쏟아내면서도 막상 우리를 이런 상황에 몰아넣은, 또한 근미래에 유사한 상황을 다시 발생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란 존재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려고 한다.

 

 

물질과 생명체의 중간, 신기한 존재 바이러스

라틴어의 ‘독’을 뜻하는 단어 ‘비루스(virus)’로부터 명명된 바이러스는 병원체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균’이 아닌 신기한 존재다. 균은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체인 데 비해 바이러스는 생체 밖에 있을 때는 그냥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자기 복제 능력을 생명체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고 보는데, 바이러스는 보통 때는 물질과 동일하고 아무런 생명체의 특징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생명체에 침투하면 갑자기 빠른 속도로 자신을 복제하고 자기조직화하는 생명체의 특징을 보인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를 물질과 생명체의 중간 형태라고 한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복제를 위해 동물, 식물, 세균 등 지구 생태계의 모든 생물체를 숙주로 이용한다. 크기는 세균보다도 훨씬 더 작아 주로 10~1,000 나노미터 사이이기 때문에 일반 현미경이 아닌 전자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지구에 존재하게 됐을까? 현재의 생명과학 기술로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진 바이러스를 쉽게 복원시킬 수도 있고 또 기존 바이러스나 그 변이체를 실험실에서 손쉽게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실제로 1918년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제1차 세계 대전보다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던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2005년 연구 목적으로 복원했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마치 우리가 어떻게 지구에서 생명체가 처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과학은 바이러스가 어떻게 지구에 처음 존재하게 됐는지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생명종의 진화를 가능케 한 바이러스

사실 지구는 다양한 바이러스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지구에는 우주의 별보다 더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가 있다고 하고, 포유동물 내에만 해도 30만 종이 훨씬 넘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과학은 지구에서 약 38억 년간 진행돼 온 다양한 생명체의 진화가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밝히고 있다. 빠른 변이로 숙주를 계속 바꿀 수 있는 바이러스를 통해 생명체 간 유전자의 빈번한 교환 및 전이가 가능했기에 지구에서 다양한 생명종의 끊임없는 진화가 가능할 수 있었다. 

 

즉, 바이러스 덕분에 오늘 인류가 지구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또 우리 인간의 유전정보 전체인 DNA로 이루어진 유전체(genome) 정보 중 8% 이상이 우리의 진화 과정에 대한 산물로 남아있는 바이러스의 정보다. 8%라고 하면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인간을 생명체로 유지시키는 총 유전자의 정보가 유전체 중 겨우 1.5%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생명체로서 우리 존재를 가능하게 한 주요 인자가 바이러스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 이들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정보 중 일부는 실제로 인체에서 태아의 발생 등 생명 현상 과정을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최근 밝혀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유전정보, DNA 혹은 RNA

바이러스는 유전물질과 그를 둘러싼 단백질의 복합체로 이루어진 아주 단순한 구조를 갖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유전정보로 DNA라는 물질을 사용하는 반면, 바이러스는 종류에 따라 DNA를 유전정보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또 다른 종류의 핵산인 RNA를 유전정보로 사용하기도 한다. COVID-19 대유행을 일으킨 코로나 바이러스, 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2000년대 초반 아프리카에서 대유행을 일으킨 에볼라 바이러스, AIDS의 원인인 HIV 바이러스는 모두 RNA를 유전정보로 사용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에서 유전정보를 정확하게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므로 세포 내에는 유전정보인 DNA를 복제할 때 오류가 생겨 DNA의 정보가 변하는 변이(mutation)를 막고 원래대로 수복하는 여러 안전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RNA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서 그 유전정보인 RNA로부터 RNA를 복제하는 과정은 원래 세포에는 없는 과정이므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이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다. 따라서 RNA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는 숙주에서 복제되는 과정에서 많은 변이가 발생해 계속 다른 특성의 바이러스로 변하게 된다. COVID-19의 경우도 이미 여러 차례 다른 변이로 바뀌며 계속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이런 이유로 RNA 바이러스는 한 번 전염이 돼도 계속 다시 전염될 수 있으며, 백신도 계속 변하는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백신이 계속 필요하다. 매해 COVID-19에 대한 백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도 또 우리가 매해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이유다.

 

 

바이러스의 두 가지 자기 증식 방법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입해 때로 우리의 인생을 괴롭히는 이유는 재생산을 통해 영속하려는 바이러스의 ‘자기 증식’ 욕구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복제의 목적을 갖는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숙주 세포로 들어오면 매우 다른 두 가지의 생존 방식을 보여준다. 우리가 COVID-19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세포 안에서 빠르게 증식해 숙주 세포를 죽이고 밖으로 나와 다시 옆의 세포를 감염시키는 경로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숙주 세포에 감염된 후 DNA 형태로 숙주의 유전체 안에서 조용히 숙주 세포의 일부처럼 잠행하며 존재하기도 한다. 

 

사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각각의 원래 숙주 세포 유전체 안에 조용히 잠자고 있는 형태이다. 이런 경우 바이러스는 재생산되지 않으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는 자신의 유전체에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들어있는지도 모른 채 유전체를 복제하고 세포 분열을 통해 분열해 증식한다. 따라서 숙주 세포가 분열해 그 수가 늘어나는 만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수도 늘어나게 되고 바이러스도 증식된다. 일부 바이러스는 이렇게 숙주 세포의 유전체의 일부로 잠행하다가 숙주 세포의 상황이 나빠지면 다시 급격한 재생산 모드로 바꿔 숙주 세포를 죽게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피곤할 때 입술이 부르트는 것은 허피스(Herpes) 바이러스에 의한 것인데 허피스는 한 번 감염되면 평생 우리 몸의 숙주 세포에 잠행하는 형태로 존재한다. 그러다 몸이 피곤하면 잠행하던 바이러스가 다시 빠른 재생산을 시작해 세포가 터져 죽으면서 입술이 부르트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바이러스는 잠행의 경로 대신 빠르게 자신을 복제하고 숙주 세포를 파괴해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는 경로로 증식하게 될까? 주로 바이러스의 변이에 의해 숙주가 새로이 바뀔 때이다. 새로운 숙주는 무방비로 새로운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AIDS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등은 원래의 숙주였던 유인원, 원숭이, 또는 박쥐 등에서 다른 동물 매개체들을 거쳐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게 변이됐을 때 치명적인 대유행을 야기했다. 

 

 

 

 

 

인간은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와 연결된 하나의 존재

치명적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우리의 삶의 방식과도 긴밀히 연관돼 있다. 근대 이후 인간의 숫자와 능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인간이 동물의 서식지를 무차별적으로 침범하면서 동물에 잠복하고 있는 많은 바이러스가 쉽게 우리를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또 전 지구적으로 급격히 진행된 세계화는 우리를 바이러스의 공격에 더욱 취약한 생물종으로 만들었다. 이런 사실은 COVID-19 팬데믹으로 현실화됐고,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인류가 어렵게 이번 팬데믹을 넘기더라도 곧 다른 바이러스의 팬데믹이 올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최근 10여 년간 사스(SARS), 메르스(MERS)에 이어 COVID-19까지 계속 바이러스의 유행을 경험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RNA를 유전정보로 갖는 코로나 바이러스들로 원래 조류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되며 조류와 포유동물 세포를 모두 숙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변형됐고 계속 다른 형태로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작은 물질에 불과한 존재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이러스는 우리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처럼 지구의 역사와 생명의 진화와 긴밀히 연결된 하나의 존재에 불과함을 깊이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출처 : 연세소식 https://www.yonsei.ac.kr/ocx/news.jsp?mode=view&ar_seq=20220324021055225037&sr_volume=631&list_mode=list&sr_site=S&pager.offset=0&sr_cates=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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