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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50)] 죽음은 또 다른 시작…받아들여야 ‘온전한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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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03 13:16:15

(50) 미(微)생물과 미(美)생물 사이에서

 

요즘 연구실 울타리를 벗어나 타 학문 연구자 또는 일반 대중을 만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그리고 이런 만남 속에서 종종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고 신선한 충격을 넘어 새로운 배움과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한번은 함께 공부하고 있는 현대 미술가에게 작은 ‘미(微)’생물이 아름다운 ‘미(美)’생물이기도 하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사담을 시작했다.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였는지, 그는 아주 흥미롭다며 그 근거를 설명해달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의외의 반응에 신이 난 나는 우리 창자에 사는 장내미생물을 예로 들어 즉석 강의(?)를 시작했다.

 

 

미생물학자가 미술가에게 들려준 이야기


인간 장 건강에 필수적인 미생물

침입자에 해로운 물질 만드는 등

면역체계와 긴밀하고 활발한 소통

 

“미생물에게 인체 소장과 대장은 아주 좋은 집이자 식량 공급원입니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삶의 터전에 외래 미생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일단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공간과 먹이를 선점하고, 침입자에게 해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하죠. 이런 텃세는 인체 면역에 큰 힘을 보탭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장내세균 집단의 구성과 우리의 장 건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항생제를 비롯한 약물 복용이나 스트레스 따위로 인해 정상 장내미생물 집단이 손상되면, 다른 잡균들이 득세하게 되어 해로운 변화를 초래하고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장내미생물이 자기네 보금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우리 장 건강의 선결 조건이라는 얘깁니다. 실제로 장내미생물은 우리 면역계와 긴밀하고도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고요.”

 

이 정도면 예쁘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마무리하려는데, 또 다른 질문이 날아든다.

 

물벼룩 실험서 ‘숙주 죽음’도 인지

같은 음식물 먹던 공생관계 멈추고

사체를 양분 삼아 분해 시작

 

 

“소통이라고요? 그러면 장내미생물이 우리 몸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순간 당황할 정도로 핵심을 찌르는 예리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 있는 동안에는 장내미생물이 동맹군으로서 장 건강을 책임지지만, 언젠가 숨이 다하는 순간이 오면 태도가 180도 바뀌거든요. 자기 거처를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시신 부패의 시작은 보통 장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 예술가는 미생물이 숙주의 죽음을 실제로 인지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냐며 뚫어질 듯 응시했다. 내 얼굴이 반사될 정도로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니 단답형으로는 그의 호기심을 더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부터는 좀 더 과학으로 들어가야 함을 알리고, 사람 장내미생물이 아니라 설정한 실험 조건에서 변화 양상을 관찰할 수 있는 실험동물 대상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사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미생물 관점에서는 매한가지다. 장내미생물에게 모든 동물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가꾸어야 하는 보금자리이지만, 생을 마치는 순간 한갓 좋은 먹잇감이 되어버린다. 이런 급변 사태는 장내미생물 무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른 장내미생물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한 스위스 연구진이 큰물벼룩(Daphnia magna·사진)을 대상으로 실험에 나섰다.

 

물벼룩은 민물에 사는 작은 갑각류를 일컫는데, 그 종류가 다양하다. 보통 물벼룩 몸길이는 1~2㎜ 정도이고 수컷이 암컷보다 작다. 연구진이 택한 큰물벼룩은 이름대로 물벼룩 가운데 덩치가 가장 커서 암컷은 약 5㎜, 수컷은 2㎜까지 자란다. 연구진은 큰물벼룩을 두 집단으로 나눈 뒤 한쪽에는 먹이를 충분히 주고, 다른 쪽은 굶기면서 장내미생물 조성 변화를 비교·분석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숙주가 포만감을 느끼든, 배고픔에 시달리든 장내미생물 다양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숙주가 생을 다하자 두 물벼룩 모두에서 장내미생물 다양성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번성하는 미생물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쇠퇴하는 구성원도 있었다. 숙주와 절대적 공생 관계에 있던 미생물은 숙주 사후 직후 급감했고, 조건부 공생을 하던 미생물은 숙주가 죽기 직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죽음이 숙주를 한갓 먹이 덩어리로 바꾸는 순간 생전에 공동운명체였던 장내미생물은 이제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 한다. 그동안 숙주가 섭취하는 음식을 함께 즐기던 호시절이 지났을뿐더러 새로운 거처(숙주)도 찾아 나서야 한다. 당장 먹고사는 게 급선무이니 우선 숙주 사체에 입을 댈 수밖에 없을 터이다. 이러한 급변 사태에 대응하는 방식과 능력은 미생물마다 다르지만, 숙주의 죽음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미술가가 미생물학자에게 들려준 이야기


미생물 세계에서 죽음은 끝 아냐

똑바로 마주할 때 애도할 수 있어

생물권 대부분 이루는 미시 세계

예술로 가시화해 표현…‘멜팅존’

 

 

 

(하략)

 

출처 및 기사 전문 확인 :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science/science-general/article/202311022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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