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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세계 - 김응빈의 미생물 ‘수다'(48)] 고대 그리스 문명의 운명은 어쩌면 이 ‘역병’이 바꿨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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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01 13:39:35

(48)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장티푸스

 

 

거리를 걷다 보면 ‘○○ 폴리스’라는 이름이 붙은 건물이 종종 눈에 띈다. 본디 폴리스(polis)란 기원전 10세기 무렵부터 그리스 지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도시국가를 이르는 말이다. 산이 많고 평야가 적은 지형 특성상 고대 그리스인들은 해안 가까이 있는 평지를 중심으로 정착했다. 그런 다음 정착촌 방어를 위해 높은 언덕에 성이나 요새를 쌓았는데, 이것이 폴리스로 발전했다. 비록 정치적 통일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폴리스들은 공통 언어와 종교를 바탕으로 동족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4년마다 올림피아 제전을 열어 민족의 결속력을 키웠다. 잘 알려진 대로 오늘날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 여기서 유래했다.

기원전 5세기 즈음 페르시아가 소아시아에 있는 그리스 식민 도시를 병합해가는 과정에서 세 차례에 걸쳐 그리스·페르시아 전쟁(기원전 492년~기원전 448년)이 일어났다. 전쟁 막바지에 아테네 주도로 여러 폴리스 대표가 에게해에 있는 섬 델로스에 모여 ‘델로스 동맹’을 맺었고, 이는 최종 승리로 이어졌다. 종전 후 아테네는 델로스 동맹을 주도하며 강력한 해상국가로 발전해나갔다. 이 시기 아테네에서는 페리클레스라는 걸출한 인물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었다. 한편 당시 아테네와 함께 그리스의 투톱으로 군림하던 스파르타는 공동의 적이 사라진 상태에서 세를 키우는 아테네가 영 마뜩잖았다. 애당초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여러 폴리스 가운데 리더 자리를 두고 각축하던 사이였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숨은 지배자 

아테네·스파르타 전쟁의 역병
그 ‘정체’ 두고 수세기를 논쟁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기록엔
장티푸스와 유사한 증상 담겨

아테네는 해군력을 바탕으로 지중해와 에게해 연안 지역 해상 패권과 무역 항로를 차지하고 부를 축적했다. 반면 육지에 기반을 둔 스파르타의 힘은 강력한 육군에서 나왔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그려지는 것처럼 스파르타 군대는 무적 전사 집단이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힘겨루기는 마침내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년~기원전 404년)으로 폭발했다. 

그런데 펠로폰네소스 전쟁에는 보이지 않는 복병이 있었다. 이른바 ‘아테네 역병’으로 알려진 전염성 감염병이다. 전쟁 발발 1년 후 아테네를 엄습한 이 질병은 4년 동안 아테네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실증적 역사 서술로 유명한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기록한 바에 따르면 아테네 육군의 3분의 1과 민간인 4분의 1이 고열과 구토, 설사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아테네를 이끌던 페리클레스마저도 병마를 피하지 못했다.

아테네 역병의 정체를 두고 역사학자와 의학자들이 수세기 동안 논쟁했고, 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헛바퀴를 굴리는 가장 큰 이유는 미생물학적 또는 병리학적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20세기까지 거의 전적으로 투키디데스가 남긴 기록을 바탕으로 아테네 역병을 페스트,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천연두, 발진티푸스 또는 홍역 등으로 제각기 추정하며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그 당시 역병 상황을 전해주는 유일한 기록물이다. 투키디데스 자신도 그 병에 걸렸기 때문에 그 증상을 체험한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의 징후를 관찰할 수 있었다. 

비록 의사는 아니었지만, 투키디데스는 신중한 관찰자이자 역사가, 그리고 환자로서 최대한 적확한 용어를 선택해 병의 징후를 묘사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아테네 역병의 주요 특징을 세세하게 기록했음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투키디데스를 통해 역병의 정체를 밝혀내려면, 그가 서술에 사용한 용어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역병(plague)’이라는 단어는 특정 병명이 아니라 심각한 유행병을 가리키는 일반적인 용어였다. 투키디데스의 기록을 언어학적, 임상학적, 역학적으로 종합 분석한 결과, 일단 아테네 역병이 호흡기 관련 질환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 및 이하 전문 확인 :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science/science-general/article/202308312156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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